원고들이 독립해서 소송을 냈는데 재판부의 결정으로 변론이 병합됐다면, 변호사 비용은 각자 소가(訴價)에 따라 산정해야지 소가를 모두 합산해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강모씨 등 14명은 2008년 12월 서이천 냉동창고에 보관한 물품이 화재사건으로 타버려 370억여원의 손해를 입자 창고를 점유하고 있는 GS리테일 등의 관리 소홀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강씨 등은 각자 별도로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의 결정으로 변론이 병합됐다. 그러나 강씨 등은 패소하고, GS리테일이 지출한 소송 비용도 부담하게 됐다.
GS리테일은 강씨 등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 비용액 확정신청을 냈다. GS리테일은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변호사보수로 2억1400여만원을 지출했다.
1심과 항소심은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라 변호사 보수를 1억9240여만원[980만원+(370억여원-5억원)×0.005]으로 계산하고 인지대와 송달료까지 포함해 소송비용 총액을 1억9250여만원으로 확정했다.
강씨 등은 자신들이 GS리테일에 상환해야 할 소송 비용은 각자 소가 비율에 따라 산정해야 하는데, 인원수에 따라 균등하게 부담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는 재판부의 병합결정에 따라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공동소송인이 됐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가만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수인의 공동소송인이 패소한 경우 그 중 1명이 승소한 상대방에게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보수는 그 1명이 관련된 소송물가액만을 기준으로 산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전체 소송물가액을 기준(370억여원)으로 공동소송인들이 공동으로 부담할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보수를 산정한 다음(1억9240여만원), 판결 주문에서 공동소송인들에 대해 명한 소송비용 부담방식에 따라서 1명이 부담할 몫을 정해야 한다(14분의 1)"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2일 ㈜GS리테일이 강씨 등 14명을 상대로 낸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2014마145)사건에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여러 명에 의해 특정인을 상대로 각각 독립된 소송으로 소송이 제기되자, 그 특정인이 각 소송에 대해 동일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을 수행하게 했는데, 나중에 법원의 변론병합결정에 의해 복수의 소송이 하나의 공동소송으로 병합됐다"며 "이 경우에는 병합되기 전의 각 소송의 소송목적의 값을 기준으로 변호사보수액을 각각 산정한 후 이를 합산하는 방법으로 소송 비용에 산입될 변호사보수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송비용 확정 사건(2000마5563)에서 "수인의 공동소송인이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수행하게 한 경우에 형식상으로만 공동소송으로 돼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보수를 개인별로 산정한 다음 이를 합산할 것이 아니라, 동일한 변호사를 선임한 공동소송인들의 각 소송목적의 값을 모두 합산한 총액을 기준으로 변호사보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은 소송을 낸 원고들이 같은 변호사를 선임해 공동소송을 낸 경우이고, 이번 결정은 별개로 진행된 복수의 소송에서 당사자가 각각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나중에 법원의 변론병합결정에 의해 공동소송인이 된 경우"라며 "이 경우에는 공동소송인마다 따로 소송물 가액에 따라 변호사보수액을 산정한 후 합산해야 한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