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표시 제한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을 한 경우 이는 표시를 제한했을 뿐 거짓으로 표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김동현 판사는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에게 발신번호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부은 혐의(전기통신사업법위반)로 기소된 A씨와 A씨의 친구 B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 제1항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폭언·협박·희롱 등의 위해를 입힐 목적으로 전화를 하면서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문언상 의미를 고려하면 '변작'이란 전화발신자가 자신의 전화번호가 아닌 다른 번호로 변경하여 표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발신번호표시 제한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단순히 '표시하지 않는 것'에 불과할 뿐 전화번호를 '변경'하거나 '거짓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작'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A씨 등이 발신번호표시를 제한해 피해자에게 폭언과 희롱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 등은 2014년 11월 A씨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에게 발신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욕과 함께 폭언을 퍼부었다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기소됐다. 검사는 재판 도중 A씨 등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2의 제1항(전화번호의 거짓표시 금지 및 이용자 보호)에 해당한다며 죄명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