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인해 회원들의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거래소는 피해를 입은 회원에게 해당 암호화폐를 인도하거나 시세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하성원 부장판사는 A씨가 모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B사를 상대로 낸 암호화폐 인도 청구 소송(2021가단5068564)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B사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2018년 6월 해킹을 당해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0월부터 이 거래소를 이용해왔던 A씨도 이 사고로 가지고 있던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B사는 2020년 12월 거래소 회원들에게 '미복구 암호화폐에 대해 복구 완료시까지 출금 및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서비스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으로 단계적으로 갚아 나가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지했다.
하지만 A씨의 암호화폐는 복구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암호화폐를 인도하거나 이에 상당한 비율로 환산한 금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 부장판사는 "B사 약관에 따르면 B사는 회원에게 암호화폐 거래 및 이에 부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암호화폐의 입출금은 암호화폐 거래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이 또한 B사가 A씨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에 따라 B사도 거래소 웹페이지를 통해 암호화폐 입출금 방법을 비롯해 출금한도와 화폐별 출금 수수료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와 B사 사이에 형성된 암호화폐의 보관과 관련한 법률관계는 물건의 보관을 전제로 한 민법상 임치계약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와 유사한 성질을 갖는 비전형계약에 해당한다"며 "B사는 암호화폐의 반환을 요구하는 A씨에게 이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암호화폐에 대한 인도집행이 불능인 경우 B사는 A씨에게 변론종결일 당시 암호화폐 시가에 해당하는 코인당 5000여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B사가 암호화폐의 인도의무를 다투는 이상 장래이행의 소로써 미리 청구할 필요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B사는 A씨에게 암호화폐를 입금주소로 인도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코인당 5000여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