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의 유심(USIM)칩을 조작해 문자발송 제한을 풀고, 대량의 스팸 문자를 보냈더라도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므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휴대전화 유심칩을 조작해 대량으로 광고 문자를 보낸 혐의(사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휴대폰 판매업자 이모(42)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5299)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본인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얻게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며 "이씨가 컴퓨터를 이용해 이동통신회사의 전산망에 접속한 다음 전산상으로 사용정지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유심칩 읽기를 통해 문자메시지 발송한도를 해제한 것을 두고 사람을 기망해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요금 수납 및 유심칩 읽기를 통해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조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동통신사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KT 본사 전산망에 접속해 유심칩을 초기화해 문자 메시지 발송 한도(하루 500건)를 해제해 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1·2심은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사기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