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의 수사 진행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메일로 전달했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강인철 부장판사)는 같은 아파트 동대표단 감사인 B씨에게 C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진행 내역을 메일로 전달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아파트 동대표회장인 A(69)씨에 대한 항소심(2015노549)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내용증명 함부로 보내면 그 결과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A씨의 사위가 C씨를 고소한 사건이 '노원경찰서가 수사 중이고 북부지검 모 검사가 송치 후 처리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캡쳐본 3장이 첨부돼 있다"며 "첨부 사진파일엔 C씨가 어떤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지 나타나 있지 않고, A씨가 이메일을 보낸 목적도 C씨를 비방하려는 목적보단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면 고소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소인이 고소를 당해 수사중이라고 하더라도 고소내용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인들의 인식에 비춰보더라도 수사내용이나 경위에 대한 설명 없이 단지 고소를 당해 수사중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C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근본적으로 변동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파트 동대표회장인 A씨와 동대표단 감사 B씨는 단지내 CCTV 설치업체 선정을 두고 대립했다. 2013년 12월 A씨는 B씨에게 '내용증명 함부로 보내면 그 결과 알려드립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사위가 C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메시지를 캡쳐해 이메일로 보냈다가 C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은 사회통념상 부정적이고, 메일을 B씨에게 보낼 때 전파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