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세중나모 여행 회장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일부만 유죄가 인정되고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5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기소된 천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09고합690).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자신에 대한 다른 공소사실 및 세무조사 무마의 명목으로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던 추부길 등에게 돈을 줬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대로 진술하면서 유독 천 회장에 대해서만 청탁의 명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명백하게 사실과 달리 진술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천 회장이 수수한 15만 위안이 국세청 공무원 등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해 달라는 명목으로 수수됐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채무 6억2,000여만원을 면제해달라고 박 전 회장에게 요구한 혐의와 자녀에게 주식을 불법 증여한 뒤 우회 상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는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및 소유 주식 상황보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 주식 시세 조종 혐의 일부는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천 회장의 시세조종의 목적이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기보다는 계산상 기부가액을 높인다거나 금융위기로 폭락한 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벌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중국 돈 15만 위안을 받고, 차명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한 후 우회 상장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