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가 실제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며 공급가액을 부풀린 경우에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1항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에 해당할 뿐 같은 조 3항의 '가공' 세금계산서 발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최근 조세범 처벌법과 특정 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A석유회사와 대표이사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 2013도10554)에서 회사에 벌금 5000만원과 대표이사에 징역 1년 및 벌금 4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조세범 처벌법 제10조1항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거나(미발행) 거짓으로 기재해 발급한 경우(허위 발급)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0조3항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거나 공급받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가공 발급)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할 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으면서 공급가액을 부풀리는 등 허위 기재를 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으면 법 제10조2항에서 정한 거짓으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죄에 해당한다"며 "마찬가지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야 할 자가 공급가액을 부풀려 허위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 제10조 1항에서 정한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기재해 발급한 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 제10조3항은 재화 또는 용역을 아예 공급하지 않거나 공급받지 않고 세금계산서만 발급하거나 발급받는 행위뿐만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은 자가 실제로 공급한 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경우도 포함된다"며 "마찬가지로 재화 또는 용역을 실제로 공급받은 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한 자가 실제로 공급받은 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제10조1항에서 정한 세금계산서 미발급으로 인한 죄가 별개로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박씨 등은 유류를 판매한 후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때 실제 거래처가 아닌 제3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조세범 처벌법 위반, 특가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일부 세금계산서에는 공급가액을 부풀려 제3자에게 발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회사와 박씨가 국가의 정당한 조세징수권에 장애를 초래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A회사에 벌금 5000만원, 박씨에게 징역 1년6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박씨 등은 항소심에서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아니라, 실물거래에 따른 공급가액을 부풀려 허위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경우는 제10조3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단일한 계약에서 실제로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가 사실대로 기재돼 실물거래 자체는 그대로 포착하고 있는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만 부풀린 경우가 아니다"라며 "세금계산서 중 얼마가 정상 거래한 부분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시점에서 가공 세금계산서 발급범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므로 단순히 총액을 기준으로 가공 세금계산서 발급 부분이 정상 거래분보다 크면 일률적으로 공급가액을 부풀린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제10조3항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