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수입한 스위스산 금괴에 대해 원산지 증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세관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2006년 11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뒤 인천공항 세관에 수출자 발행의 원산지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물산은 우리나라가 유럽연합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세율 0%를 적용해 수입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세관은 스위스산 금괴에 관한 협정세율 적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2008년 6월 스위스 관세 당국에 원산지 검증을 요청했다. 서울세관은 협정에서 회신기한으로 정한 10개월이 지나도록 회신을 받지 못하자 2009년 8월 특혜관세대우를 배제하고 기본 관세율 3%를 적용해 8억여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다.
삼성물산은 "스위스의 금괴 제조사가 원산지 진위와 관련한 행정소송 중이므로 특혜관세대우를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2011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2011구합7403)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서울세관의 관세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스위스 관세 당국이 검증요청일로부터 10월 이내에 회신하지 않은 사정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협정 부속서 제24조7항에 의해 '해당 서류의 진정성 또는 상품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 특혜관세대우를 배제할 수 있는 점을 볼 때 세관의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증요청일로부터 10월 이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 특혜관세대우 배제 권한을 주는 것은 회신 지연 등의 사정에 따라 관세청의 과세권 행사 지연이나 불가능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외적인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회신기한을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해 규정 취지를 몰각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