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대주주 2명이 주식을 자녀 등 직계후손에게 증여하면서 같은 양의 주식을 서로 상대방 후손에게 교차 증여했다면 이는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 등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이모씨 등 9명이 성북세무서 등 세무서 4곳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2015두46963)에서 최근 이같이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산세 부분은 산정을 잘못했다며 원고전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0년 모 회사 대주주인 A씨와 B씨는 자녀와 손주 등 각자의 직계후손들에게 이 회사 주식을 증여하면서 그 중 일부인 1만6000주씩을 상대방의 직계후손들에게 교차증여했다. 성북세무서 등은 이들이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해 탈법행위를 했다며 두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이씨 등 9명에게 증여세 18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이씨 등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9명 중 2명에게 부과한 가산세 1200만원은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가산세도 정당하다고 판단해 원고전부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4항이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해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해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그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증여세 차원에서 규정해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거친 여러 단계의 거래 등 법적 형식이나 법률관계를 재구성하여 직접적인 하나의 거래에 의한 증여로 보고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재산이전의 실질이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거래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거래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거래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거래 또는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러한 거래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 및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증여자들은 자신의 직계후손들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으면서도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 등을 회피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교차증여를 의도적으로 그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가산세 부분에 관해서는 "원심은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3에 따른 과소신고 가산세의 산정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