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기존 채권을 전세보증금으로 전환해 채무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 거주한 경우에도 임차인으로서의 대항력을 가진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8일 공매를 통해 아파트를 매수한 이모씨(61)가 금전채권을 임차보증금으로 전환해 이 아파트에 세들어 살던 이모씨(39)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소송 상고심(2001다4753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임차인이 대항력을 갖는지 여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1항에서 정한 요건, 즉 임대차계약의 성립, 주택의 인도, 주민등록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당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계약이어서 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임대차계약 당사자가 기존 채권을 임대차보증금으로 전환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지난해 5월 선고된 2001다14733판결은 임대차 계약의 주된 목적이 주택을 사용·수익하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아 법 제8조1항 소정의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존채권을 회수하려는 데 있는 경우에는 법상의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리를 선언한 판결이므로 이번 사건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원고 이씨는 99년 9월 공매를 통해 이 사건 아파트를 구입하고 세입자인 피고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으나, 피고 이씨가 전소유자에게 빌려준 1억5천만원을 임차보증금으로 전환해 임대차계약을 체결, 전입신고까지 마친 만큼 정당한 세입자라며 거절하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