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운영하는 임차인이 건물 일부를 훼손했더라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는 7일 임대인 허모(31)씨가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임차인 이모(50)씨을 상대로 “건물의 일부를 임대인의 동의없이 파손했다”며 이씨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하면서 낸 건물명도소송(2006가합3158)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차인 이씨가 건물 배면의 공간활용과 식당영업을 위한 가스관 설치·개조 과정에서 건물 일부를 훼손한 사실만으로는 임대인인 원고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 만큼, 피고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거나 그밖에 임대차를 존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이씨의 요구에 따라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 이유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이씨가 점포를 임차한 후 내부천장과 벽에 배기휀을 설치하거나 주방을 일부 개조해 냉장고와 가마솥을 설치한 점은 인정되나 설렁탕 등을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로 보인다”며 “건물 전면의 화강석에 구멍을 뚫었지만 간판설치를 위한 불가피한 것으로 차후 임대차 종료시 적은 비용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상가건물의 임차인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행하는 계약갱신 요구에 대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이는 임차인인 상인들의 경우 영업초기 투자비용이나 시설비용이 과대함을 고려해 최소한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해주려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임대인 허씨는 임차인 이씨가 2004년 1월경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임가네설렁탕생고기’라는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임대인의 동의없이 가스관 및 간판설치를 위해 벽에 구멍을 내는 등 건물 일부를 훼손하자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면서 건물명도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