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법사상 최초로 전자소송제도가 도입된 후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소송은 소장접수 후 단 71일만에 선고까지 이뤄지는 등 신속하게 처리됐다. 특히 소제기 후 소장부본 전달까지의 시간이나 1회 변론기일 지정까지 걸린 기간이 일반절차에 비해 3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나 전자소송이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법원 특허1부(재판장 김용섭 부장판사)는 9일 A씨가 제기한 등록무효심결취소 소송(☞2010허2841)을 전자소송절차를 통해 재판을 진행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 전자소송 1호 선고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번 사건은 원고 A씨가 지난 4월30일 소장을 전자적으로 제출한 뒤 한 달여 만인 5월28일 피고측이 전자소송에 동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두번의 서면공방이 이어졌고 지난달 25일 변론기일을 거쳐 이날 최종 선고됐다. 소장접수부터 선고까지는 모두 71일이 소요됐다. 통상 유사사건의 경우 100일 전후가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보름에서 한달가량 단축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특허법원에서 일반절차에 따라 변론기일 1회 진행으로 종결된 323건의 평균 처리기간과 비교할 때 무려 3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종이소송으로 진행된 경우 소제기시부터 소장부본 송달시까지 평균 18일이 걸렸지만, 이번 전자소송사건은 단 4일만에 송달이 이뤄졌다. 또 소제기 이후 1회 변론기일까지 종이소송의 경우 평균 158일의 기간이 소요된 데 반해 전자소송은 3분의1 정도인 56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자송달시 발송시점으로부터 당사자가 이를 확인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도 평균 23시간31분으로 모두 하루 내에 처리됐다.
한편, 도입초기 저조했던 전자소송 이용률도 차츰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소송시행 1개월 후인 지난 5월25일 기준으로 34%에 불과하던 전자소송 이용비율이 한달 후인 6월25일 38%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39.4%까지 올랐다. 문제가 됐던 변호사들의 전자소송 이용률도 같은 기간 22%에서 37%, 46.1%로 각각 높아져 2배 이상 증가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자소송제도가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와 재판과정의 투명성 제고 등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제도를 이용하는 당사자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전자소송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 제도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