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실책임 형태로 규정된 구 양벌규정에 의해 기소됐더라도 이후 법개정을 통해 면책조항이 추가됐다면 신법에 따라 재판을 하면 되기 때문에 구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각하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취지를 반영한 판결이 나왔다. 헌재가 면책조항이 추가된 개정법의 존재 유무만을 갖고 위헌 또는 각하결정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를 두고 논란(▼하단 관련기사·법률신문 2010년10월11일자 3면 참조)이 됐지만 결국 실무에서는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재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부(재판장 한정규 부장판사)는 11일 영화파일 등을 불법 유통한 혐의(저작권법위반)로 기소된 (주)나우콤 등 웹하드업체 7개사에 대해 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1,500만원~2,5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2009노723). 재판부는 나우콤 등 법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면책조항이 추가된 개정 저작권법 제141조를 적용했다. 또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문모 나우콤대표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원만을 선고하는 등 관련 업체 간부 9명에 대해서도 모두 형량을 깍아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한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만 사건 이후 피해를 입은 일부 저작재산권자와 합의에 이른 점과 새로운 피해 방지를 위해 저작재산권자들과 협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나우콤 등 업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웹하드에서 영화파일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구 저작권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됐다.
신법에 따라 재판하라는 헌재결정 수용
"향후 양벌규정에 따른 법인책임 판단 선례될 듯"
이번 판결은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법인의 책임을 판단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순 없겠지만 헌재가 면책조항이 추가된 신법이 존재할 경우 이와 관련된 양벌규정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각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이상 헌재결정을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판사들의 생각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판결처럼 면책조항이 추가된 신법이 있으면 신법을 적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위헌결정된 경우와 각하결정된 경우 사이에 형평성의 차이가 큰 만큼 양형부분에서 피고인에게 보다 유리하게 선고하는 등 각 재판부에 따라 고심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판사들과 학자들은 지난해 9월 헌재가 책임주의에 따라 면책조항이 추가된 개정 양벌규정이 존재할 경우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각하(2009헌가23등, 법률신문 2010년10월7일자 5면 참조) 결정을 내리자 "헌재의 결정취지대로라면 과실여부에 따라 처벌여부가 나뉘기 때문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경우보다 불리해져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구 양벌규정에 따라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재심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도 막힌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