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자라도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발생한 저작권에 저촉될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없이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최근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 '본 더치(Von Dutch)'와 양도계약을 통해 권리를 넘겨받은 후, 국내에서 저작권양도등록을 마친 진모(46)씨가 같은 브랜드에 대해 국내에서 상표권등록을 마친 이모(54)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표장사용금지 소송(2008가합3187)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작물의 최초 발생국인 미국과 저작권의 보호를 구하는 국가인 우리나라는 모두 문학적·예술정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베른협약의 가입국인데, 여기서는 저작권 보호에 대해 본국법이 아닌 보호국법의 적용을 받는 보호국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국제사법 제24조도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상표법 제53조에 의해 이씨가 상표권자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발생한 전씨의 저작권과 저촉돼 그 지정상품에 대한 상표 사용은 저작권자 진씨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며 "진씨의 동의없이 본 더치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진씨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원고 진씨는 '본 더치' 저작권을 양도 받아 2007년 7월4일 국내에서 저작권양도등록을 마친 저작권자다. 반면 피고 이씨는 '본 더치' 표장과 동일한 표장을 상표로 출원해 2007년 9월13일 상표권등록을 마친 상표권자다. 그러던 중 진씨는 "자신이 저작권자이기에 본 더치 표장이 부착된 상품의 생산, 판매, 수입, 수출, 배포,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이씨 등에게 요청했다. 이에 이씨가 "저작물의 발생지인 미국법이 준거법"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