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들의 단체와 종합서점상조회가 도서를 할인해 파는 온라인 서점이나 할인매장에 책을 공급하는 도매상에 책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판매가격을 강제해 온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창구·李昌求 부장판사)는 6일 “저작물에 대해서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데도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출판인회의와 종합서점상조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2001누14046)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매란 도매상이 출판사로부터 납품받은 책을 서점 등에 넘길 때의 가격, 즉 다시 파는 가격을 말하고 저작물에 대해서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상으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문서적이나 학술서 등 시장성이 없는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도서의 경우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출판사나 서점 등 개개의 사업자에게 인정되는 것이지 사업자단체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자단체가 나서서 자유경쟁가격제도를 택하려는 개별 사업자에게 단체의 힘을 빌려 도서공급 중단이나 판매망의 봉쇄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2백50여개 출판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출판인회의와 10여개 대형서점이 가입한 종합서점상조회는 재작년 10월 도서 할인판매를 하는 3개 온라인 서점에 대한 도서 공급을 한시 중단하는 등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차례 시정명령을 받자 지난해 9월 소송을 냈었다.
독점규제법 제29조 1항에서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2항은 그 예외로 ‘저작물은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돼있다. 또 26조에서는 사업자단체에 있어 금지되는 행위를 규정하면서 ‘29조의 규정에 의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사업자에게 예외로 인정된 사안, 즉 저작물은 예외로 인정한 조항이 사업자단체에도 적용되는가가 불분명한 데서 온 문제이다.
법원은 예외조항은 최소한도로 해석되어야 하고 독점규제법의 입법취지에 비춰 사업자단체에까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개별 사업자가 서적상 등에 대해 ‘정가를 유지하라’ 혹은 ‘몇 %까지만 인하해주라’고 약정할 수는 있지만 사업자단체가 나서서 정가나 인하율 등을 획정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라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