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치료제 EPO(에리트로포이에틴)의 제조방법을 놓고 국내 의약품 생산업체인 CJ(주)와 미국계 다국적 생명공학사인 제네틱스인스티튜트(GI)사가 7년이나 끌어온 특허권 분쟁소송에서 특허법원이 CJ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GI사의 특허권에 관계없이 국내업체에 의한 EPO 생산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EPO는 미생물을 배양시켜 만드는 단백질로 만성 신부전증이나 항암치료 과정 등에서 나타나는 빈혈치료에 쓰이며, 1g당 가격이 67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생물 이용한 발명으 그 미생물 기탁해야 특허 인정
미 GI사 기탁시한 초과. 관련서류 제출로 권리 상실
특허법원 제3부(재판장 金治中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CJ(주)가 "CJ의 EPO 개발기술이 GI사의 권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GI사를 상대로 낸 권리범위확인 청구소송(2002허7230)에서 "GI사의 권리범위는 무효로 CJ의 권리범위를 포함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발명으로 특허출원을 하려면 특허청장이 지정하는 기관에 그 미생물을 기탁한 후 증명서류를 출원서에 첨부해야 한다"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분할출원된 발명의 경우 미생물을 재기탁하고 관계서류를 제출해야 하나 피고의 경우 제출기한인 1986년8월4일로부터 한달여 후인 9월12일에 재기탁한데다 관계서류도 첨부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인정되므로 권리범위는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의 특허발명에 이용된 미생물인 인간 EPO gDNA를 함유한 람다-HEPO1 등이 그 발명에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입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이 특허발명이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반복 실시하여 목적하는 기술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정도까지 구체적 · 객관적으로 구성돼 있는 완성된 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6년 EPO의 제조기술을 개발한 CJ는 "GI사의 기술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고 구성 · 효과가 달라 CJ의 기술은 GI의 특허발명 권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으나 "CJ측의 제조기술은 GI사의 기술과 확연히 차이나는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GI측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GI측은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CJ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다래의 趙龍植변호사는 "국내업체에서 개발한 생명공학 기술이 미국 거대 기업의 특허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