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회사의 경영권은 관리인에게 전속되므로 법정관리가 시작된 이후 노동조합과 회사 대표이사 사이에 이뤄진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19일 기아자동차(주)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허모씨(56)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99다7242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일부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정리 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회사정리법 제53조1항에 따라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된다"며 "따라서 정리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 근로관계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게 되는 만큼 단체협약의 사용자측 체결권자 역시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 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에 노조와 대표이사 사이에 이뤄진 이 사건 약정은 단체협약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달리 관리인의 추인이나 정리법원의 허가가 있었다고 볼 자료도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위 약정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칠 수 없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다 회사가 법정관리중이던 98년6월 퇴직한 허씨는 퇴직 직전 노조와 회사대표이사 사이에 이뤄진 약정을 근거로 밀린 상여금을 지급하라며 이 사건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