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정착한 80대 재일동포가 국민건강보험료를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했다. 법원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 여부보다 모든 국민에게 동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허명욱 부장판사)는 일본에서 살다 국내로 이주한 강모(80)씨가 "일본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보험료와 연체료 등 520여만원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소송(2015구합77)에서 13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가 건강보험문제를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질병발생위험이 높거나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보험 가입이 어려워 모든 국민에게 동질의 의료보장을 제공하는 목적 달성할 수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전 국민을 강제로 보험 가입시키고 경제적 능력에 비례해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에 강제로 가입하지 아니할 자유와 정당한 사유없는 금전 납부를 강제당하지 않을 재산권이 제한되기는 하지만 이는 정당한 국가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것"이라며 "침해되는 사익에 비해 달성되는 공익이 월등히 크므로 관련 법조항들이 행복추구권이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재판과정에서 "병원비를 모두 부담하는 등 건강보험혜택을 받은 적이 없으므로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강씨가 지출한 병원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돌려받는 등의 방법으로 권리를 구제받아야할 뿐, 강씨의 건강보험가입자 지위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나 거주하다가 2009년 4월 한국으로 이주해 주민등록을 했다. 건보공단은 2012년 강씨의 이주 사실을 확인하고 강씨에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부여한 후 징수권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2009년 10월분부터의 보험료 450여만원과 연체료 40만원 등 총 520여만원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강씨는 한국에 와서 건강보험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