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공사를 맡은 업체가 조경공사나 벤츄레이터(Ventilator·옥상 환풍기) 설치 공사를 위해 다른 전문시공업체에 하도급을 줬다면, 이는 정당한 하도급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항소심에서 확정됐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시설물 유지관리업체인 S사(소송대리인 박유나 법무법인 현 변호사)가 부천시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2017누81252)에서 1심과 같이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부천시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2항은 '수급인은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일부를 동일한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 다만 발주자가 공사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해 서면으로 승낙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문언 자체는 '동일한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에 대한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그 단서조항에 의해 발주자의 서면 승낙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하도급을 허용하는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은) 다른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에 대한 하도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천시의 주장과 같이 이 조항에 의해 다른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들 사이의 하도급까지 금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며 "부천시는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기본법에 대한 유권해석에 의존해 과징금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유권해석은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것일 뿐 아니라 대외적 구속력도 없으므로 처분의 적법성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S사는 2015년 8월 창원시 진해구 해원로에 있는 W아파트의 하자보수공사를 도급받았다. 공사를 하던 중 일부 조경공사와 벤츄레이터 설치, CCTV 설치를 위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허락을 얻어 전문시공업체인 G사, K사 등에 하도급을 주었다. 그런데 S사의 관할청인 부천시는 이 계약이 동일한 업종에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2항에 위배된다며 과징금 1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S사는 2017년 4월 "G사와 K사는 법에서 규정한 '동일한 업종' 회사가 아니다.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도 원고승소 판결했다(인천지법 2017구합5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