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대상이 아니더라도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차량이라면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강모씨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주차구역 주차표지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2017구합63979)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뇌병변 4급 장애인인 강씨는 홍제2동 주민센터에 자신이 이용하는 차량에 장애인 표지를 발급해 달라고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이 차량의 지분 가운데 97%가 강씨가 설립한 회사의 법인 소유이고, 강씨 지분은 3%에 불과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주민센터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는 표지 발급대상으로 △장애인 또는 △장애인과 주민등록상 주소를 같이 하며 함께 거주하는 가족 등의 명의로 등록해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차량이 장애인과 주민등록상 주소가 같으면서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 등과 공동명의일 때에는 표지를 발급할 수 있지만, 법인과 공동명의인 경우는 시행규칙상 발급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표지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강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게 해 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고,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 명의로 등록된 자동차가 아닌 '장애인이 이용하는 자동차'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 표지 발급대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운영의 목적과 장애인복지법·장애인등편의법 등의 취지를 감안할 때 장애인이 이용하는 자동차가 비록 장애인과 법인의 공동명의로 등록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자동차를 장애인이 이용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 표지의 발급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경비회사에 근무하던 중 2006년 뇌출혈을 입어 장애가 남은 뒤 경비업을 계속하기 위해 부인과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했다"면서 "강씨는 자신이 세운 법인과 차량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지만 자동차세까지 모두 자신이 납부하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 이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므로 장애인 표지를 발급해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