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환자를 진료한 뒤 검증된 일반진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병원의 잘못된 의료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병원이 관절염 환자에게 자가혈소판풍부혈장치료(PRP)법을 사용한 뒤 받은 치료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PRP치료는 정식으로 등재된 치료법이 아니어서 진료비를 받을 수 없지만 일부 정형외과는 PRP가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고 홍보한 뒤 다른 일반치료법을 곁들여 진료하고 일반치료비 명목으로 PRP치료비까지 포함해 받아내는 식으로 편법 운용을 하고 있다.
광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재영 부장판사)는 9일 관절염 환자에게 PRP시술비를 받았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과다본인부담금 환수처분을 받은 A의원 김모(46)씨가 낸 환수처분취소소송(2012구합3361)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PRP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A의원은 이씨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마다 이씨의 혈액을 채취한 뒤 그로부터 약 30분 후 이씨에게 주사를 놓았을뿐이고 이씨에게 PRP치료에 대한 정책, 유효성 등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 며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원이 이씨에게 무릎 부위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면서 증식치료와 PRP치료를 같은 부위에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어 환급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취지 상 병원이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더라도 그 비용이 과다본인 부담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측인 요양기관이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관절염 치료를 위해 2011년 10월께 광주 동구 산수동에 있는 A의원에 방문했다가 3회에 걸쳐서 증식치료와 PRP치료를 받고 60여만원을 냈다. 이씨는 이듬해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병원비 확인을 요청했고 심평원은 "PRP는 치료비를 받을 수 없다"며 환급처분을 했다.
한편 PRP는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환자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한다면 치료비를 되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이 돈을 받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환자가 진료비 확인 요청을 하게 되면 대부분 환급처분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PRP가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되는 부분은 문제가 있지만, 분명히 일부 질환에는 효과가 있어 치료에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심평원 등 관련 기관에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