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자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다고 볼 뚜렷한 사정이 없는데도 8년이나 되는 장기간 동안 출국금지 조치를 유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 부장판사)는 장모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소송(2017구합63054)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음반제작사를 운영하던 장씨는 음반산업의 급격한 쇠퇴 등으로 폐업하게 돼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별다른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있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할 사정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재산을 은닉하거나 소비하면서 세금 납부만 회피하고 있다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장씨는 최초 출국금지 처분이 있었던 2009년 이전에 수차례 출국했으나 재산 해외도피나 재산은닉과 관련한 출국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후 8년이 경과하도록 장씨의 출국금지기간을 연장한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음반제작사 대표였던 장씨는 2004년 음반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을 접었는데,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총 4억1800여만원을 내지 못했다. 법무부는 2009년 국세체납을 이유로 장씨에 대해 6개월 출국금지처분을 내린 뒤 이후 6개월마다 기간을 계속 연장했다. 장씨는 지난 4월 출국금지가 다시 연장되자 "경제적 능력이 안돼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일뿐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염려가 없는데도 8년간 계속 출국을 금지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