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이 폐쇄된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인물과 자신이 동일한 사람이라며 본래의 자신을 찾기 위한 확인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법률상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기관에 자신이 그 사람임을 입증해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받으면 되고, 만약 이것이 거부되면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모(36·여)씨는 1982년 5월 아버지 최모(2009년 3월 사망)씨와 어머니 한모씨 사이의 친생자인 '최○○○'이란 이름으로 출생신고 됐다. 이후 어머니 한씨는 1988년 10월 어린 딸을 데리고 가출해 남편과 연락을 끊고 살면서 친척인 박모씨 부부의 신세를 졌다. 그러다 최○○○씨는 초등학교 입학 무렵인 1990년 2월 '박◇◇'라는 이름으로 박씨 부부의 친생자로 다시 출생신고 됐다.
이후 수십년을 박◇◇으로 살아온 그는 본래의 '최○○○'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적등본 및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7월 박씨 부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다음 이를 근거로 '박◇◇'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소송 외의 방법으로 '최○○○'과 '박◇◇'이 동일인임을 인정받아 '최○○○'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생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과 '박◇◇'이 동일인이라는 점이 판결문 등을 통해 확정되지 않으면 '박◇◇' 명의로 대학교까지 졸업한 교육과정의 기록이 내 것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 외에도 진학이나 취업 등 향후 일상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박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동일인확인청구소송(2017가합33433)을 최근 각하했다. '최○○○'과 '박◇◇'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의 확인 판결을 받을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 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확인의 이익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며 "단순한 사실 또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가 '최○○○'과 동일인인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사실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데 불과해 확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앞으로 '최○○○'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최○○○'의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면 된다"며 "만약 행정관청이 박씨에게 '최○○○' 이름의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 될 것이고 이와 별도로 민사소송으로 동일한 인물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위험이 있더라도 이를 제거하는데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박씨가 '최○○○'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박◇◇' 명의로 재학한 교육과정의 기록 등이 박씨의 것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기가 어렵고 취업 등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지장과 곤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현재 박씨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어떠한 구체적인 불안이나 위험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