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관계를 해지하고 수탁받은 부동산을 실제로 매수하는 경우 수탁자는 수탁받을 당시 취득세를 냈더라도 다시 취득세를 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최근 이모씨가 "명의신탁관계에 따른 등기를 할 때 취득세를 냈는데도 신탁자에게 부동산을 넘겨받는다고 해서 다시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해 부당하다"며 남양주시를 상대로 낸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2012누20856)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명의수탁자의 등기는 무효가 되지만,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 효력을 부정하는 규정은 없어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의수탁자인) 이씨가 명의신탁자에게 대가를 주고 토지를 취득해 명의신탁관계는 해소됐고, 명의신탁자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며 "이런 방법으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이씨가 매도인이 아닌 명의신탁자로부터 토지를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매도인으로부터 토지를 취득하고 1차 취득세를 낸 것과는 별도로 취득세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B회사는 2003년 경기도 남양주시의 토지를 김모씨로부터 구입하기로 계약했지만,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가 없어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씨에게 명의신탁했다. 이씨는 토지를 19억6000만원에 사는 것처럼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취득세를 냈다. 하지만 토지의 실제 소유자가 이씨가 아닌 B회사로 드러나 회사가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자 이씨는 2010년 회사로부터 24억9000여만원에 토지를 매수했다. 이씨는 19억6000만원에 대한 취득세는 이미 냈기 때문에 24억9000여만원에서 19억6000만원을 뺀 5억3400여만원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내는 게 옳다며 1000여만원을 추가로 냈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나머지 19억6000만원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내야 한다며 이씨에게 취득세 4900여만원과 농어촌특별세 490여만원을 부과했고, 이씨는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가 명의신탁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을 때 부동산 취득은 이미 완료됐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