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가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외국인이 낸 난민신청에 대해 "이유 없다"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할 때 이 결정을 난민신청자에게 구두로 알려줘도 충분한지 아니면 반드시 문서로 해야 하는지를 놓고 일선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행정절차법 제23조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24조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해 문서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등에서는 대부분 불회부 결정 사실을 난민신청자에게 구두로 전달할 뿐 별다른 문서를 교부하지 않고 있다.
◇"행정절차법 따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2월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라이베리아 공화국 출신 A(26)씨는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입국불허처분을 받고 송환대기실에 수용돼 생활해 왔다. A씨는 "기독교로 개종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난민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믿을 수 없다"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했다. 난민법 시행령 제5조 1항 4호와 7호는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가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또는 오로지 경제적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등 난민인정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는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고 있어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출입국사무소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하면서 처분의 근거와 이유도 대지 않았고 처분서를 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A씨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취소소송(2015누6169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난민법은 입국이 허용되지 않은 외국인이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을 한 데 대해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하는 경우에 지체없이 그 결과를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자에게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서면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낸 사람을 7일의 범위내에서만 출입국항에 있는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게 할 수 있고, 신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난민법 규정에 따라 신속한 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어 반드시 서면으로 할 것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난민신청을 낸 외국인에게 직접 결정 취지를 알려주고 의문이 있을 경우 외국인이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난민법 시행령에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에 관해 행정절차법에 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사유만으로 행정절차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문서주의 따라 처분서 교부해야= 하지만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통지 역시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문서주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동원 부장판사)는 자신을 소말리아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B(20)씨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취소소송(2016누54482)에서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에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고, 처분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처분서를 교부하지 않은 이상 행정절차법 제23조와 제24조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신청을 내고 대기하고 있는 외국인들로서는 타인의 조력 없이 구두로 고지받는 불회부 결정의 내용과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불회부 사유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므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및 그 근거와 이유 제시를 문서로서 하도록 할 필요성은 현실적으로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의 적법성 확보와 불복의 기회 보장을 위한 처분 일자 등을 서면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적 보호는 난민신청을 낸 외국인에게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행정절차법상 문서주의의 예외인 신속한 처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난민인정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7일이라는 기간의 제한이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절차적 보호를 배제할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행정상의 부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