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에서 무죄를 받은 피고인의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더라도 외국으로 도망할 우려가 없다면 출국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출국금지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처분 취소소송(2018누47112)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해 출국금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출국해 국외로 도피하는 방법으로 재판절차의 원활한 진행 및 국가형벌권 실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또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출국금지를 결정할 때 범죄사실과 국외도피가능성 등 국외 도피 우려라는 실질적인 요건을 반드시 참작하도록 함으로써 출국금지처분의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형사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후 보석결정을 받아 석방됐는데 제1심 무죄판결 선고 및 그 후 항소심의 항소기각 판결 선고 시까지 공판기일에 빠짐없이 출석하는 등 형사재판 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A씨가 형사사건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할 만한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출국금지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처분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현저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원고승소 판결
A씨는 무등록 다단계 조직원으로 2014년 9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다수 사업자를 상대로 다단계 투자 사업설명을 하고 사업자들의 납입금을 계좌로 수신한 뒤 이 돈을 지사장인 B씨 계좌로 재송금하는 역할을 맡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총 469회에 걸쳐 33억2498여만원을 송금했다고 판단하고, A씨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이 심리 중에 있다. 법무부장관은 A씨가 '재판 계속 중'이라는 이유로 2017년 11월과 2018년 5월, 6개월 단위로 두 차례에 걸쳐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1항은 법무부장관은 형사재판이 계속중인 사람 등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4조의2 1항은 법무부장관은 출국금지기간을 초과해 계속 출국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