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토지에 스스로 도로포장공사를 했어도 지자체에 토지사용료(부당이득금)를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황한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이모(70)씨가 “정당한 보상절차없이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며 종로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 항소심(2008나5587)에서 “9,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로구가 A빌딩에 관한 건축허가를 하면서 건축주에게 보도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승인을 받아 시행할 것을 조건으로 함에 따라 포장 및 보도가 조성된 것”이라며 “이는 곧 종로구가 포장 및 보도조성을 한 것과 같이 볼 수 있으므로 그 시점 이후부터 종로구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문제가 된 토지일부가 A빌딩의 출입자를 위한 통로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씨가 이 토지를 계속적,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포장이 이루어진 것이 설사 A빌딩 건축허가조건과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종로구는 1999년 12월 이 토지는 현황도로이므로 이씨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종로구의 사실상 지배하에 있어 왔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A빌딩 건축허가 당시 종로구는 “전면 20m 도로상에 보도조성계획을 수립·승인받아 시행할 것”을 허가조건으로 부가했고, 조건이 이행되자 1989년12월 건물사용승인을 내줬다. 한편 이씨는 종로구가 이씨 스스로 포장공사를 했다는 이유로 토지사용료(부당이득금) 지급을 거절하자 1999년 11월 종로구에 자신이 포장한 도로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겠다고 통지했다. 그러자 종로구는 12월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는 현황도로이므로 토지주라 하더라도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는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에 이씨는 2007년 6월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종로구가 도시계획사업의 시행 내지 도로법 소정의 노선인정 등의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