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경영자가 개인 재산을 유치원 운영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유치원 예산을 유치원 계좌가 아닌 별도의 계좌로 이체해 사용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 등이 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감사결과 통보처분 취소소송(2019두5539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모 사립유치원 경영자인 A씨 등은 '사적재산 공적이용료'라는 예산항목을 임의로 만들어 유치원 회계통장이 아닌 별도의 계좌로 예산을 이체했다. 사적재산 공적이용료는 사립유치원 원장 등이 사유재산을 공적인 유아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따른 비용을 말한다.
전주교육지원청는 2017년 "예산과목 편제에도 없는 '사적재산의 공적이용료' 예산항목을 임의로 신설해 유치원 회계통장이 아닌 별도 계좌에 돈을 이체한 것은 위법"이라며 A씨 등에게 5000여만원을 유치원 회계계좌로 세입조치하라고 통보처분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는 '교비회계 세출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등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르면 학교에 속하는 회계의 세출예산은 해당 규칙에서 정한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고 교비회계에서는 다른 회계에 전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사적재산의 공적이용료로 편성한 예산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 설비를 위한 경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립유치원은 공교육이라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그 운영재원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재정지원 및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며 "따라서 사립유치원의 재정 및 회계의 투명성은 유치원에 의해 수행되는 교육의 공공성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립유치원 설립·경영자가 '사적재산의 공적이용료'라는 항목으로 예산 세출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이것이 사립학교 설립·경영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며 "사적재산 공적이용료는 유치원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설립요건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립유치원 교비회계 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것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전출하거나 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송금받은 계좌가 사립유치원 또는 그 설립·경영자 명의의 또 다른 계좌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A씨 등이 '사적재산의 공적이용료'라는 항목을 신설하여 예산을 세출한 것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