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현직 경찰 신분인 채로 총선에 출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공직선거 출마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직원을 낸 시점에 퇴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9일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 당선무효소송(2020수6304)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당선무효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운영된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53조 1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같은 조 4항에 따라 (사직원)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원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며 "이후 정당 가입 및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53조 1항은 직업공무원이 국회의원 등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4항은 공무원이 입후보 하는 경우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53조 4항은 공무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고자 법정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더 이상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표시했는데도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후보자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직원을 제출해 접수된 이후로는 정당 추천 후보자가 되기 위한 정당 가입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헌법질서와 공직선거법,53조 4항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황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3월 31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황 의원은 이후 2019년 11월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불허됐고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전보됐다. 황 의원은 지난해 1월 15일 경찰청장에게 또다시 사직원을 제출했으나 역시 수리되지 않았다.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따라 비위와 관련한 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직원이 수리되지않은 상태에서 그는 지난해 1월 16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입당원서를 냈는데, 같은 달 29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황 의원은 같은 해 3월 26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전 중구 선거구에 후보자로 등록하고 이어 4월 15일 실시된 총선에서 당선했다. 경찰청은 황 의원의 국회의원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해 5월 29일 '조건부 의원면직' 처분을 내리고 일단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현직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정당 추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해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황운하 치안감의 당선은 무효"라며 지난해 5월 18일 대법원에 당선무효소송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무원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되기 위해 사직원을 제출해 접수됐으나 수리되지 않은 경우, 정당 추천을 위한 정당 가입 및 후보자등록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