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서 피고인 주소 가운데 아파트 동(棟)을 빠뜨리는 바람에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을 받지 못했는데도 법원이 피고인의 송달 주소를 확인하지 않고 궐석으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3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43)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8615)에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공소제기 당시 공소장에 김씨의 거주지에 아파트 '동'의 기재를 빠뜨려 공소장 부본 등이 '주소 불명'으로 송달불능된 이상 제1심은 검사에게 공소장 기재 주소가 제대로 된 것인지에 관한 보정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보는 등의 시도를 해봐야 하는데도 이미 말소된 주민등록지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거나 관할 경찰서장에게 소재탐지촉탁 등을 한 것만으로는 공시송달에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6년 3월부터 2007년 5월까지 S간장 의정부영업소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수금한 물품대금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24회에 걸쳐 25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검사는 공소장에 아파트 동을 빼고 주소를 기재,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은 2회에 걸쳐 공소장 부본 등을 주소지로 송달했지만 모두 '주소불명'으로 송달불능됐다.
검사는 김씨의 주민등록지를 조회해 주소를 보정했으나, 그 주소는 이미 말소된 주민등록지여서 공소장 부본이 다시 송달불능됐다. 법원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했으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자 궐석재판을 통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뒤늦게 선고사실을 안 김씨는 징역 6개월이 너무 무겁다는 것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