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사전에 새로운 치료기술을 받기로 동의 했다면 이에 따른 치료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행 대법원 판결(☞2003두13434 등)은 환자가 동의한 경우에도 의료보험적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새로운 치료기술에 따른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지 못하고 무조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새로운 치료기술을 사용했다가 후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정이 날 경우 그 비용부담을 고스란히 '병원'이 떠안게 돼 치료가 어려운 희귀병 환자나 고 비용의 신기술을 사용해야 되는 환자의 치료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 이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환자가 새로운 치료기술에 동의할 경우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 할 수 있게 기존 대법원 판결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향후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13일 "환자에게 5,000여만원의 진료비를 환불할 수 없다"며 서울대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낸 진료비삭감처분 등 취소청구소송(☞2005구합27925)에서 "200여만원만 환불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존 대법원 판결은 건강보험법에 의하여 인정되지 않는 치료재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환자나 건강보험재정이 입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모든 경우에 일체의 예외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통상적인 질병의 치료 범위를 넘어서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환자측의 사전동의를 받았거나, 동의를 받지 못했을 경우에도 문의했다면 동의했을 것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측으로부터 아무런 보전도 받지 못한 채 특수한 비용을 지출하여 치료를 하거나 특수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채 통상적인 방법에 의해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전자의 경우 병원의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환자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 대법원 판결의 예외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선천성 기관지 질병으로 11차례에 걸쳐 입원하여 총102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던 신생아 이모군이 2003년 사망하자 유가족에게 8,000여만원의 진료비를 받았다. 이군의 어머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대상여부확인 신청을 했다. 서울대병원은 200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환자 유가족에게 5,000여만원을 환불하라"는 통보를 받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