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를 유발시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출국을 명령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유승정 부장판사)는 6일 HIV 양성판정을 받은 한국계 중국인 허모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출국명령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2008누12612)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HIV감염이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불리한 처분을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잠재적 감염인들이 검사를 기피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바,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자발적인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HIV확산 방지에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한국 국적자인 생모의 초청으로 적법하게 국내로 입국했으며 중국내에는 달리 원고를 돌볼만한 가족이 없다"며 "출국명령처분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전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의 달성여부는 확실치 않은 반면 원고의 행복추구권, 치료를 받을 가능성 등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허씨는 생모의 초청으로 지난해 3월 국내에 입국해 2009년3월까지 유효한 방문취업비자를 받았다. 그러나 허씨는 취업교육과정에서 HIV 양성으로 판정됐고,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지난해 5월21일까지 자진출국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허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