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직접 생산공정에서 일하지 않은 협력업체 관리자의 백혈병도 산업재해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업체 관리소장으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손모씨의 아내 구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5구합7022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가장 주된 이유는 관리소장 업무를 수행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빈도나 수준이 낮다는 것이고, 이는 산업안전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라며 "그러나 역학조사는 일반적인 관리소장의 직무내용에 대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손씨의 작업현장 출입기록은 조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손씨가 작성한 글 등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가공 라인 초기 안정화 단계에 반도체 제조설비 유지보수 작업현장에 빈번하게 출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손씨가 2년이 넘는 초기 안정화 기간 동안 매일 상당한 시간을 작업현장에 머무르면서 여러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작업을 직접 담당하는 엔지니어에 비해 노출 정도는 낮다고 할지라도 백혈병은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낮은 정도로 노출되더라도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런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손씨는 2003년부터 삼성전자 화성·기흥 반도체 공장 생산설비 보수 업무를 맡은 협력업체 관리소장으로 일하다가 2009년 5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골수이식을 한 뒤 2010년 복직했지만 2012년 병이 다시 재발해 숨졌다.
손씨의 아내 구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현장소장 업무를 수행하면 유해화학물질 노출빈도가 낮기 때문에 백혈병을 유발할 만큼 유해인자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