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예정자 명단에 등재되고 인사명령이 난 이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을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8일 A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진급예정자명단 삭제처분 취소소송(2021구합82366)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공군 소령으로 근무하던 중 장교진급 선발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9년 중령 진급예정자로 선발돼 2018년 9월 공고된 장교 진급예정자 명단에 등재됐다. 이후 국방부는 2019년 9월 20일 A씨에 대해 2019년 10월 1일자로 공군 중령으로 진급시킨다는 내용의 인사명령을 했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9월 25일 상관명예훼손 및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공군참모총장은 A씨에 대해 군인사법 제31조 등에 따라 2019년도 장교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할 예정이므로 같은 날까지 의견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처분사전통지를 했고, 국방부에는 A씨가 군사법원에 기소됐다는 이유로 진급예정자 명단 삭제 및 인사명령 취소를 상신했다.
국방부는 A씨가 형사사건으로 군사법원에 기소돼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A씨를 삭제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인사소청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사전통지 당시 의견제출기한을 사전통지 당일로 지정함으로써 적법한 의견제출의 기회가 부여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공군참모총장은 2021년 8월 A씨에 대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이유로 다시 2019년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는 처분을 했고 이에 반발한 A씨는 또다시 소송을 냈다. A씨는 "군인사법에서 규정하는 진급 발령 전 군사법원에 기소돼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형사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상고심 계류 중에 있다"며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되는 처분이 유지될 경우 A씨는 2022년 5월 소령 계급정년으로 인해 전역하게 돼 사후적으로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이에 대한 구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로서는 선행 처분이 위법하다는 선행 판결을 확정받았고, 진급예정자 명단에 따라 진급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된 점을 종합하면, A씨를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해야 할 공익상 필요보다 이로 인해 A씨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의 안정 침해 등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의 처분은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취소 요건도 갖추지 않아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