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의 동의 없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권고에 따라 역사교과서를 수정한 금성출판사는 교과서 배포를 중단하고 저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성철 부장판사)는 2일 김한종씨 등 5명의 역사교과서 저자들이 (주)금성출판사와 (사)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 침해정지소송(2009가합7071)에서 "저자들의 동의 없이 수정된 교과서를 배포해서는 안되며 금성출판사는 저자들에게 각각 위자료 4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저자들이 이미 배포된 교과서의 회수나 사용금지를 요구하지 않아 학생들의 교과서 사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작권법 제13조2항 제1호의 규정은 교과용도서에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경우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교과용도서 자체를 수정할 때는 이 규정을 근거로 저자들의 동일성유지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의 하나로 저작자가 저작물의 내용ㆍ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다.
재판부는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수정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1항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저작자 또는 발행자'사이의 행정적 관계에 관한 규정"이라며 "검정합격의 취소나 발행정지의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저작자와 발행자 사이의 동일성유지권의 제한 규정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출판계약에 따르더라도 저자들이 출판사에 교과서의 수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그 내용대로 수정해 출판한 것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출판사가 출판계약을 근거로 임의로 교과서를 수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지난해 10월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들에 대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라는 내용의 수정권고를 했으나 김씨를 비롯한 저자들은 일부만 받아들이고 상당수 항목은 수정을 거부했다. 교과부장관은 11월 금성출판사에 다시 수정지시를 했지만 저자들은 수정을 거부했다. 출판사는 결국 저자들의 동의 없이 교과부장관에게 수정·보완 내역을 제출해 승인을 받고 교과서를 각 학교에 배포했다. 이에 김씨 등은 지난 1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