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소액후원금을 낸 기부자의 직업은 정보공개 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김모씨가 "이주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소액후원자 직업을 공개하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결정취소소송(2011구합39165)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나이, 주소, 직장명 등 다른 구체적 정보들과 결합하지 않는다면 직업만으로 소액후원금 기부자를 구별할 수는 없다"며 "직업을 공개하는 것은 정치자금법 제42조4항에서 공개를 금지하는 인적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최근 들어 '쪼개기 후원'이나 정치적 행위가 금지되는 공무원·교원의 후원금 기부행위 등 소액후원금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비정상적인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지 못하도록 감시·통제하려면 국민이 정치자금의 형성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직업만을 공개하면 기부자 개인의 사적 비밀과 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탈법적 정치자금 조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선관위에 이 전 의원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후원회 정기회계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으나 선관위 측은 연간 300만원 이하 후원내역 중 기부자 이름, 직업 등을 모두 가리고 후원금액만 공개했다. 김씨는 "최소한 기부자의 직업만은 공개해달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선관위가 기각하자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정치자금법 제42조4항은 후원회에 연간 300만원 이하를 기부한 사람의 인적사항과 금액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