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가 개인 훈련을 위해 학교 등에 설치된 운동시설을 빌려 쓰다 사고를 당해 다쳤더라도 해당 시설에 일반적·통상적 안전장치가 돼 있었다면 운동시설을 대여한 학교 측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이경춘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나2055876)에서 "시는 4억5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스노우보드 선수인 A씨 등 6명은 2012년 4월 고난이도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서울시립 B중학교에 월 100만원을 주고 트램펄린(trampolin, 쇠틀에 넓은 그물망이 스프링으로 연결돼 있어 그 위에 올라가 점프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 시설을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B중학교가 운영하는 체조부 훈련시설인데, 스노우보드 기술 역시 공중회전 기술이 많아 A씨 등이 연습시설로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해 7월 A씨는 동료 2명과 함께 트램펄린에 올라 공중 2회전을 해 착지하는 동작을 연습하던 중 정상적으로 착지하지 못하고, 트램펄린 중앙부에 머리부터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트램펄린 주변에 스펀지 조각을 이용한 부상 방지시설인 비트스펀지가 깔려있긴 했지만 그외에 다른 안전장치는 없었다. A씨는 이 사고로 경추 골절 및 사지가 마비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에 A씨는 "트램펄린에 사고 방지용 보조선도 없었고, B중학교 체조부 코치도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을뿐 사고 방지를 위한 다른 교육을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7억34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비트스펀지를 설치하면 트램펄린에서 어떤 방향으로 떨어지더라도 안전이 보장돼 타인의 보조 없이 자유로운 운동이 가능하게 된다"며 "비트스펀지 외 보조기구가 추가로 설치돼야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 훈련시설인) 태릉선구촌에도 동일하게 비트스펀지만 설치돼 있고 다른 안전장치가 고정적으로 설치돼 있지 않다"며 "B중학교의 트램펄린에 설치·보전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선수용으로 제작된 트램펄린은 탄성이 높아 안전사고 위험성이 있는데도 사고 트램펄린 주변에는 비트스펀지 외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을뿐만 아니라 B중학교 체조부 코치 등 교사들이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통상적인 지시 외에 사고 방지를 위한 교육도 하지 않았다"며 "(B중학교를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손해액 14억7800여만원 가운데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