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소개소를 통해 병원에 간접고용된 형태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다수 간병인들이 소개소를 거치는 등 간접고용형태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에서 '근로자성' 인정여부를 두고 권익위 등과 노동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월 '근로기준법 적용을 포함해 간병인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으나, 노동부는 여전히 "소개소 등을 통해 고용된 간병인은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노동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노인전문병원을 공동경영하는 A씨 등 2명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2008구합7694)에서 "간병인은 병원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간병업무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진료 및 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며 "병원으로서는 입원환자들의 진료 및 치료와 관련된 범위 내에서 간병업무가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관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간병인에 대해 출·퇴근시간 및 교대시간 준수여부를 확인하거나 간병과 관련된 업무지시를 해온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병원측이 간병인의 업무내용이나 업무수행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도부천에서 노인전문병원을 공동경영 중인 A씨 등은 간병인 직업소개소를 통해 간병인 B씨를 소개받고 2004년1월초부터 2007년7월말까지 병실에 배치해 입원환자의 간병업무를 맡겼다. B씨는 갑자기 직업소개소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이틀 뒤 직업소개소 회원자격까지 박탈되자 병원과 직업소개소를 상대로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으나 각하됐다. 그러나 중노위가 B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병원에 복직을 명하자 A씨 등은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