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수입산 '미니컵 젤리'를 먹다 질식사했다면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이를 국내유통 시킨 국가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광범 부장판사)는 최근 수입산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박모(당시 7세)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6나92129)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년 국내에 수입·유통되고 있는 미니컵 젤리에 포함된 성분들을 시험, 검사한 결과 2001년에 제조·수입·유통 등을 금지시킨 곤약, 글로코만난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와 유사한 성질의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니컵 젤리의 물성에 따른 질식사고의 가능성이 여전히 내재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젤리는 카라기난을 성분으로 신고·수입됐지만 물성은 곤약을 함유한 젤리와 비슷한 탄성과 강도, 응집성을 지니고 있어 질식의 개연성이 가장 높은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사고가 발생한 해에 미니컵 젤리 섭취로 사망한 2건의 질식사고가 있었다"며 "국가로서는 미니컵 젤리에 대한 물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해 질식사고 유발 가능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 질식사고의 발생을 방지해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없이 수입업자가 신고한 성분에 의존해 젤리를 국내에 유통시켜 사고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양은 2004년9월 방과 후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아버지가 준 젤리를 먹고 기도가 막히는 바람에 질식사했다. 이에 박양의 아버지 등 유족들은 국가와 수입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1억4,9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