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의 극심한 교통체증·주민간의 갈등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납골당 설치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한정된 국토에 더 이상 묘지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자 대안으로 등장한 ‘납골당’이 갖는 공익과 납골당 설치에 따른 집값하락 등을 이유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법원의 구체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신동승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납골당 설치를 허가해 달라”며 재단법인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서울마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종교단체 납골당설치신고 반려처분 취소청구소송(2006구합48233)에서 “관련법상 요건을 갖추고 소정의 설치기준에 부합하는 한 납골당설치신고는 반드시 수리해야 하는 기속재량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절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뵙는 일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미풍양속으로 명절때 마다 전국 각지의 도로가 성묘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어 있지만 누구도 이를 탓하지 않고 서로 용인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라면서 “명절의 교통체증은 1년에 한두 번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망자의 기일은 그 날짜가 각각 다르므로 유족들의 방문이 일시에 몰리지 않을 것인 만큼 납골당 설치로 주변 교통에 다소 부담을 주게 된다고 하더라도 납골당 설치를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납골당 설치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이 있다면 손실보상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해 해결할 문제일 뿐 이러한 사유로 법령상 근거도 없이 인근주민과의 갈등이 심하다거나 주민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납골당설치신고를 반려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장사등에관한법률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묘지의 증가로 인한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 및 납골 확산을 위해 제정됐다”면서 “‘허가사항’이던 사설납골설치를 ‘신고사항’으로 완화시킨 만큼 납골당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은 마포구청으로부터 서울시 천주교의 납골당설치신청에 대해 몇 차례 미비점을 보완할 것을 요구하며 반려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