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정상화로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됐다면 종전 이사측에 정식이사 과반수의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상지학원 사건에서 구 사립학교법에 의해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선임한 이사에게는 정식이사를 선임한 권한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개정된 현행 사립학교법은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된 경우의 정상화 방법으로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김모씨 등 S학교법인의 종전 이사들이 "학교법인의 경영권이 설립자측으로부터 제3자로 손쉽게 넘어갈 수 있게 한 사립학교법 규정은 위헌"이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이사선임처분취소소송(2009구합24511)에서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된 경우 종전 이사측에 지배구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 등은 거액의 공금횡령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는 등 비리의 정도가 심해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공성을 추구한다고 해도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고 서로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하며, 비리를 저지른 학교법인의 임원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시정하기 위한 수단이 지나쳐 함부로 학교법인의 정체성까지 뒤바꾸는 단계에 이르면 위헌적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 돼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된 경우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종전이사측에 적어도 지배구조의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최소한(정원이 7명이면 4명)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함이 원칙이고, 사학분쟁조정위의 심의과정에 종전이사들의 의견제출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종전이사들의 비리정도가 심하거나 학교법인의 운영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해 도저히 사학운영에 관여시킬 수 없는 경우처럼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학의 공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식이사선임에 관한 종전이사들의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992년 김씨 등이 학교법인 회계자금을 개인용도로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S학교법인의 이사전원에 대해 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이후 2008년 서울시교육청은 채무변제 등을 포함한 발전지원계획서를 제출한 A주식회사측 5인을 정식이사로 선임했고, 김씨 등은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