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음주상태로 작업한 근로자에게 안전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감봉 1개월의 징계를 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세월호 사건 등 안전 불감증에 걸린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전모씨 등 3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2014두35799)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는 위험물을 연료로 해 플라스틱 첨가제를 생산하는 회사로 다량의 인화성·폭발성 위험물을 보관하고 있어 작은 실수에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고, 인근 지역 주민에게 막대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 사고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사고의 위험을 초래한 행위에 대해 회사가 원고들에 대해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은 결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씨 등은 2011년 8월 저녁부터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가지 않은 채 다음 날 새벽 5시30분께 회사로 들어와 탈의실에서 잠을 자고 그대로 출근해 작업에 참여한 사실이 적발돼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전씨 등은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3년 1월 소송을 냈다. 전씨 등이 다니는 회사는 플라스틱 첨가제를 생산하는 회사로 회사 안과 옥외 탱크에 다량의 인화성·폭발성 물질을 보관하고 있다.
1·2심은 "상당히 술에 취한 전씨 등이 많은 양의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회사에 야간 출입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을 야기한 행위는 회사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 중 '직무상 의무에 배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그 위반정도에 비춰 볼 때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부당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