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결정으로 복직하려고 했으나 회사가 폐업한 경우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체당금은 임금채권보장법상 노동부장관이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을 말한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조인호 부장판사)는 20일 학원강사 이모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도산 등 사실인정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2010누38402)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고 이후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원고를 부당해고하고 복직시키지 않은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며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금품은 임금상당액이 아닌 근로기준법 제2조가 규정하는 임금 그 자체로서 구 임금채권보장법상 체당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가장 중한 징계인 해고를 한 것은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중대한 위법이 있어 무효이고 근로관계는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며 "원고는 회사의 폐업일인 2008년 12월 16일까지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할 것이므로 도산 등 사실인정 신청일인 2009년 12월 16일로부터 1년 전이 되는 날 이후 퇴직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구 임금채권보장법과 그 시행령은 '노동부장관의 도산 등 사실인정 신청일의 1년 전이 되는 날' 이후까지 근로관계를 유지한 근로자에게 사업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을 체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로스쿨 입시학원 강사로 근무하던 이씨는 2008년 5월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소명할 기회도 없이 해고되자 서울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위원회는 이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회사는 이씨가 해고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같은 구제명령을 받고도 이씨를 복직시키지 않다가 같은 해 12월 폐업했다. 이씨는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이라도 체당금으로 지급받기 위해 2009년 12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도산 등 사실인정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