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 고열 증세를 보인 원아를 즉시 병원으로 옮기지 않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더라도 "병원으로 옮기지 말고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보호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면 어린이집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모(4)군은 2013년 11월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를 보였다. 보육교사인 심모씨는 곧바로 김군의 보호자인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할머니는 "30분 후 도착할 예정이니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심씨는 그동안 김군을 보살폈고 원장인 박모씨는 출타중이었다. 이후 어린이집에 도착한 할머니는 김군을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김군은 급성심근염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사고 이후 성남시는 "어린이집의 중대한 과실로 아이가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며 박씨에게 원장 자격정지 6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박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안철상 부장판사)는 박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낸 원장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2015누3086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2일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2013년 보육사업안내' 지침서에서는 사고 발생시 부모에게 가장 먼저 연락하고 연락이 되지 않으면 부모가 미리 정해준 연락처로 연락하며, 필요한 경우 119구조대로 연락해 의료기관으로 응급수송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김군의 이상증세를 발견한 보육교사 심씨가 지침에 따라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에 해열제를 먹이지 않았다거나 응급의료기관으로 바로 이송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수행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급성심근염은 발열 초기 단계에서 감기와 구분하기 어렵고 의사도 의심하지 않으면 이를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영유아교육법 제31조 2항은 '어린이집의 원장은 영유아에게 질병·사고 또는 재해 등으로 인하여 위급 상태가 발생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비록 보호자인 할머니가 전화로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사정만으로 어린이집의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