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법을 위반한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에게 업무정지처분를 할 때 그 기간을 부령(部令)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수원지법이 의료기기법 제32조1항 5호 등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10헌가93)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의료기기 판매업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의 기간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한 것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단순위헌 결정을 하면 법적 공백상태가 우려된다"며 법률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내리는 업무정지기간은 국민의 직업과 자유와 관련한 중요한 사항으로서 업무정지의 사유 못지않게 업무정지처분의 핵심적·본질적 요소"라며 "입법부가 복잡·다기한 행정영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에 필요한 기술적·전문적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구체적인 기준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수밖에 없다 해도 최소한 상한만은 법률의 형식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의료기기법 조항은 업무정지기간의 범위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나아가 의료기기법의 다른 규정이나 관련 법률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해 보더라도 보건복지가족부령에 규정될 업무정지기간의 범위, 특히 상한이 어떠할 지를 예측할 수 없다"며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목영준 재판관은 "의료기기법 조항을 실효시켜 직업수행의 자유의 침해 상태를 제거하는 것은 합헌적이고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고, 위헌인 법률조항을 지속시키지 않을 수 없는 더 중요한 헌법적 가치 또는 이익의 침해가 있다거나 법치국가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법적 혼란이 초래될 공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단순 위헌의견을 냈다.
의료기기 판매업을 하는 장모씨는 개인용 저주파자극기에 대해 제조사에서 광고문구 사전심사 절차를 마치지 않았는데도 '미국 FDA 인증획득'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인터넷 광고를 했다. 용인시장이 의료기기법 위반을 이유로 업무정지 2개월에 갈음한 과징금 1800만원을 부과하자 장씨는 소송을 냈고, 수원지법은 장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0년 11월 위헌제청을 했다.
의료기기법 제32조1항 제5호는 의료기기법 위반시 판매업자 및 임대업자에 대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간 이내의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