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8일 대심판정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쓸때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2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마47)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변론쟁점은 본인확인제도가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집중됐다.
청구인측 대리인인 전종원 변호사는 "'익명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한 부분이고 익명권이 보장돼야 민주주의의 진정한 표현이 보장된다"며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확인조치를 받도록 규정하는 것은 개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이 규정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축시켜 글쓰는 사람이 자기검열을 하게 해 실질적으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본인확인규정이 있어도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면 제도의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측 대리인 노수철 변호사는 "이 규정은 개인의 익명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본인확인만 거치면 실명을 노출할 필요가 없이 얼마든지 표현행위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인터넷 게시물은 한번 게재되면 사후조치가 의미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퍼져 사후적 구제수단으로는 권리구제가 안된다"며 본인확인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두환 재판관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표현의 문제가 더욱 부각됐는데 이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보편적인 문제"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없고 이런 규제는 우리나라뿐인데 그렇다면 인터넷 이용자가 대거 해외사이트로 이동해 규제의 실효성은 거두지도 못하고 우리나라의 이미지만 손상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노 변호사는 "본인확인제가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 게시글에 자기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본인확인제 실시 후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가 이 제도 때문에 위축돼 해외사이트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이공현 재판관은 법규정에서 일일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일 경우에 본인확인제도를 시행한다고 한 것에 대해 이용자 수는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집계하는지 등 이용자 산정기준을 재판부에 제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구인 손모씨 등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구글이 운영하는 유투브 게시판에 댓글을 남기기 위해 접속했으나 본인확인제도를 거치지 않고는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없자 "인터넷 사이트에 글작성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게 한 것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