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8일 새벽2시경 서울구로구 모 회사 앞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같은달 20일 새벽 2시까지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된 송모씨는 심리적 불안을 안정시킬 틈도 없이 또 한 번 난감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급한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유치장 내에 마련되어 있는 화장실은 앞뒤 벽면의 높이가 70여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아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용변을 볼 때마다 소리와 냄새가 유치장내 거실로 직접 새 나가거나, 옷을 벗고 입는 과정에서 둔부 이하가 다른 유치인들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어 송씨는 가능하면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애썼다.
특히 유치실 밖에 있는 같은 층의 경찰관들이나 유치실을 앞쪽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에 있는 경찰관들에게 옷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허벅지 등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그랬다.
용변을 볼 때마다 수치심과 당혹감, 굴욕감을 느낀 송씨는 함께 갇혔던 또다른 여성과 함께 지난해 8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르렀다(2000헌마546).
헌법재판소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金曉鍾 재판관)는 19일 이 사건에 대해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로부터 유래하는 청구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감시와 통제의 효율성만 강조해 지나치게 열악한 구조의 화장실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비인도적·굴욕적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