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임원 선거 후보자의 호별방문 금지 기간을 법률이 아닌 정관으로 정하도록 한 새마을금고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부산지법이 이 조항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18헌가12)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2015년 12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A씨는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새마을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 회원을 호별로 방문하는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선거권이 있는 새마을금고의 대의원 집에 방문해 자신이 당선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 이사장 선거 유세 기간 중에 회원을 호별로 방문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지난해 2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 중이던 같은 해 5월 새마을금고법 제85조 3항 중 '제22조 제2항 제5호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부산지법은 7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새마을금고법 제85조 3항은 '제22조 2항 및 3항(제64조의2 제6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정관은 법인의 조직과 활동에 관해 단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자치규범으로서, 대내적으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제3자를 구속하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고 그 생성과정 및 효력발생요건에 있어 법규명령과 성질상 차이가 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과 관련되는 주요사항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정관 작성권자에게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 없기에,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을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정관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정할 것인지 범위나 기준도 전혀 법률에서 정하고 있지 않고 선거 기간 내로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하지 않은 채 처벌되는 행위의 범위를 전적으로 정관에 맡기고 있는데,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예측가능성은 법률 조항만 보고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수범자인 일반 국민이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범죄구성요건을 정관에 위임한 구 농업협동조합법 제50조 4항과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37조 2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했던 선례의 취지에 따라 법률이 범죄구성요건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음을 재차 확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