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후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집시법 개정 전에 선고를 할 경우 유죄판결을 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형사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판단이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전국적으로 900여명에 이르는 촛불집회 관련자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는 28일 일반교통방해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42)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형벌법규로서의 옥외집회 조항은 잠정적용결정에도 불구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위헌·무효임이 확인됐다"며 집시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2009고정1140).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45조, 47조의 규정취지에 등에 비춰 볼 때 위헌결정의 일종이라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 법원 및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행정법규로서의 옥외집회 조항은 2010년7월부터 법률로서의 효력이 상실하지만 국회가 경과규정을 둠으로서 법적 공백 및 혼란 상태를 합헌적인 상태로 회복할 수 있어 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반면 형벌법규로서의 옥외집회 조항은 2010년7월부터 위헌으로 확정돼 소급해 조항의 효력의 상실돼 이 조항에 근거한 모든 유죄확정판결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심이 허용되고, 국회가 개선입법으로 소급해 피고인을 처벌하는 조항을 두는 것은 헌법상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배돼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2010년7월 이후 재심절차를 거쳐 야간 옥외집회 조항이 위헌·무효의 법률이라는 사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한이 있더라도, 2010년7월 이전에는 잠정적용결정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의사결정내용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불합치 결정으로 형벌법규로서의 옥외집회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게 돼 어떠한 시간대에 개최된 옥외집회가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 합헌집회인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2008년8월 오후 7시36분∼8시20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한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됐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와 벌칙을 규정한 23조1호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 법조항을 2010년 6월30일까지 국회가 개정하도록 했으며 개정 전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대구지법·울산지법·북부지법에서는 잠정적용이라는 헌재결정의 취지에 따라 관련 사건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