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2015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헌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합의로 인해 구체적 권리·의무가 창설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우리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27일 위안부 피해자와 그 가족, 유족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2016헌마253)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지 3년 9개월 만이다.
헌재는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는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의 과정과 내용, 표현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비구속적 합의의 경우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구두 형식의 합의이고,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한일 양국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의 창설 여부가 불분명한데다 법적 의미를 확정하기 어려워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절차와 형식,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합의를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가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우리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합의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며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 당시 정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합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공정한 합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듬해 3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해 "정부가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합의해 이들의 재산권과 알 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외교부는 지난해 6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며 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